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이 듭니다. “결국 모든 리더는 마이크로매니지먼트를 하고, 판단이 왔다갔다하고, 권위적인 것 아닌가?” 좋은 리더를 만났다는 동료의 이야기를 들어도, 어딘가 의심이 남습니다. 그 사람도 결국은 본색을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시간이 지나면 똑같아지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이 의심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한국 직장인 대다수가 리더의 조직 관리 역량에 불만을 느끼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매년 반복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훌륭한 리더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다만 그 수가 적고, 우리가 기대하는 모습과 실제 훌륭한 리더의 모습 사이에 간극이 있을 뿐입니다.
이 글에서는 “왜 우리 주변에는 나쁜 리더가 많아 보이는지”, 그리고 “연구가 증명하는 훌륭한 리더십은 어떤 형태인지”를 데이터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리더는 다 그래”라는 착각이 생기는 구조적 이유
먼저 불편한 현실 하나를 짚어보겠습니다. 갤럽(Gallup)이 2025년에 발표한 글로벌 직장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직원 몰입도(engagement)는 2024년 기준 21%까지 하락했습니다. 이는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의 하락폭과 동일한 수준입니다. 더 주목할 점은 관리자의 몰입도가 30%에서 27%로 떨어졌다는 사실입니다. 리더 자신이 먼저 지치고 있는 것입니다.
갤럽은 팀 몰입도의 70%가 관리자에게 달려 있다고 분석합니다. 리더가 지치면 팀도 지칩니다. 그리고 지친 리더는 본능적으로 통제에 의존하게 됩니다. 판단이 흔들리고, 사소한 것까지 간섭하고, 불안할수록 권위에 기대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즉, “리더는 다 그래”라고 느끼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리더 역할 자체가 구조적으로 소진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생산성본부의 2025 HRD 트렌드 리포트에서도 직장인들이 자신의 리더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꼽은 교육 1위가 조직관리(57%), 2위가 사람관리(52%)였습니다. 리더 자신도, 그 아래 직원도, 리더십의 부족을 체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리더십 자체가 불가능한 것일까요? 연구 결과는 그 반대를 가리킵니다.
짐 콜린스의 발견: “가장 위대한 리더는 조용했다”
경영학 연구자 짐 콜린스(Jim Collins)는 2001년 그의 저서 Good to Great에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Fortune 500에 포함된 1,435개 기업을 분석하여, 단순히 좋은 수준에서 위대한 수준으로 도약한 11개 기업을 선별한 것입니다. 선정 기준은 엄격했습니다. 15년간 주식 시장 평균 이하의 수익률을 보이다가, 전환점 이후 15년간 시장 대비 3배 이상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한 기업만 포함되었습니다.
놀라운 점은, 이 11개 기업의 전환기에 모두 콜린스가 “레벨 5 리더”라고 부른 리더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레벨 5 리더의 특징은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상과 정반대였습니다.
레벨 5 리더의 핵심 특성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극도의 개인적 겸손함입니다. 이들은 성공의 공을 팀과 외부 요인에 돌리고, 실패의 책임은 자신이 졌습니다. 킴벌리클라크(Kimberly-Clark)의 CEO 다윈 스미스(Darwin E. Smith)는 20년간 회사를 이끌며 P&G를 이기는 성과를 냈지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스스로를 “자격이 부족하다”고 여겼지만, 결과는 시장 대비 4.1배의 누적 수익률이었습니다.
둘째, 맹렬한 직업적 의지입니다. 겸손하되 결코 유약하지 않았습니다. 조직의 목표를 위해 불편한 결정도 서슴없이 내렸습니다. 중요한 점은, 그 의지의 방향이 자기 자신이 아니라 조직을 향해 있었다는 것입니다.
콜린스는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이들은 조용히 비범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었다고요. 카리스마 있는 리더가 오히려 비교 기업군(위대해지지 못한 기업)에서 더 많이 나타났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요즘 리더십에 관해 고민이 많은 분들 중에, 리더십 관련 도서를 구독 서비스로 월정액에 듣는 분들도 계십니다. 오디오북이나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활용하면 출퇴근 시간에도 이런 연구 기반의 리더십 콘텐츠를 접할 수 있어서, 바쁜 직장인들 사이에서 꽤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서번트 리더십: “섬기는 리더”가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레벨 5 리더십이 기업 차원의 성과를 다뤘다면,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은 리더와 구성원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춥니다. 1970년 로버트 그린리프(Robert Greenleaf)가 제안한 이 개념은 “리더가 되고 싶은 욕구보다, 먼저 섬기고 싶은 자연스러운 감정에서 출발한다”는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이상론에 머물던 서번트 리더십은, 최근 20년간 상당한 실증 연구의 뒷받침을 받고 있습니다.
ScienceDirect에 게재된 서번트 리더십 체계적 리뷰 연구에 따르면, 서번트 리더십은 직원의 직무 만족도, 조직 몰입, 업무 몰입(work engagement)과 유의미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동시에 감정적 소진, 직무 냉소주의, 이직 의도와는 부(-)의 관계가 확인되었습니다.
더 흥미로운 결과가 있습니다. 메타분석에서 서번트 리더십은 변혁적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 진성 리더십(authentic leadership), 윤리적 리더십(ethical leadership)을 통제한 후에도 직원 성과의 12% 추가 설명력을 보였습니다. 이것은 서번트 리더십이 단순히 “좋은 리더십의 변형”이 아니라, 독자적인 영향력을 가진다는 뜻입니다.
서번트 리더의 핵심 특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겸손(Humility): 델파이 연구에서 전문가 100%가 동의한 서번트 리더의 1순위 특성입니다.
경청(Listening): 역시 100% 합의를 얻은 특성으로, 구성원의 필요를 이해하기 위한 적극적 듣기입니다.
임파워먼트(Empowerment): 구성원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실험과 창의성을 두려움 없이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조직 청지기 정신(Organizational Stewardship):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조직과 구성원의 성장을 우선하는 태도입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연구 결과가 하나 더 있습니다. 서번트 리더십을 발휘하는 리더의 성격 특성을 조사한 결과, 친화성(agreeableness)이 높고, 외향성(extraversion)은 낮으며, 나르시시즘 수준이 낮은 사람이 서번트 리더십을 더 많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즉, 조용하고 겸손한 사람이 훌륭한 리더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며, 이는 콜린스의 레벨 5 리더 발견과도 일맥상통합니다.
그렇다면 왜 훌륭한 리더를 만나기 어려운 것일까
연구가 이렇게 명확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데, 현실에서 훌륭한 리더가 드문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 승진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조직에서 리더는 “리더로서의 역량” 때문이 아니라 “업무 성과”로 승진합니다. 영업을 잘한 사람이 영업팀장이 되고, 코딩을 잘한 사람이 개발팀장이 됩니다. 이전 글에서 다루었던 피터의 법칙(Peter Principle)이 바로 이 현상입니다. 탁월한 실무자가 곧 탁월한 리더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둘째, 리더십 교육의 부재입니다. 가트너(Gartner)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HR 리더의 75%가 관리자들이 확대되는 업무 범위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현재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이 미래 과제 해결에 효과적이라고 평가한 HR 리더는 36%에 그쳤고, 미래 조직의 요구를 충족할 차세대 리더가 있다고 확신하는 HR 리더는 23%에 불과했습니다.
셋째, 겸손한 리더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콜린스의 연구에서 드러났듯이, 레벨 5 리더는 의도적으로 주목을 피합니다. 우리의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목소리 크고, 자기주장이 강하고, 카리스마가 있어 보이는 리더입니다. 정작 조직을 조용히 변화시키는 리더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훌륭한 리더십의 실질적 효과
숫자로 확인하면 훌륭한 리더십의 위력은 더욱 분명해집니다.
갤럽의 분석에 따르면, 최고 수준의 직장(best-practice workplace)에서는 관리자의 75%, 비관리직의 70%가 몰입 상태(engaged)로 일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조직의 관리자 몰입도가 27%인 것과 비교하면, 리더십의 질이 만들어내는 차이가 얼마나 극적인지 알 수 있습니다.
높은 몰입도를 가진 팀은 수익성 23% 증가, 이직률 51% 감소, 직원 웰빙 68% 향상의 효과를 보였습니다. 갤럽은 전 세계 모든 조직이 최고 수준의 몰입도(약 70%)에 도달할 경우, 세계 경제에 9.6조 달러(글로벌 GDP의 약 9%)에 달하는 생산성 증가가 가능하다고 추산합니다.
서번트 리더십의 효과도 구체적입니다. CEO가 서번트 리더십을 발휘하는 기업은 총자산이익률(ROA)이 더 높게 나타났으며, 서번트 리더십은 직원의 자기효능감, 집단 정체성, 심리적 임파워먼트를 높여 실제 업무 성과로 이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축적되어 있습니다.
한국과 대만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서번트 리더십이 고객 서비스 성과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리더의 섬김이 직원의 조직 감사(gratitude)를 매개로 고객 응대의 질까지 향상시키는 구조입니다.
당신의 리더가 “진짜 좋은 리더”인지 판단하는 기준
그렇다면 실제 직장에서, 지금 내 위의 리더가 훌륭한 리더인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훌륭한 리더의 행동 패턴이 있습니다.
성과가 나면 팀의 공으로, 실패하면 자기 책임으로 돌리는가. 콜린스의 레벨 5 리더가 공통적으로 보인 가장 뚜렷한 행동 패턴입니다. 반대로, 성공은 자기 덕으로, 실패는 환경이나 부하 탓으로 돌리는 리더는 연구에서 일관되게 비교 기업군(위대해지지 못한 조직)의 특성이었습니다.
구성원의 이야기를 먼저 듣는가, 자기 지시를 먼저 내리는가. 서번트 리더십 연구에서 경청은 100% 합의로 확인된 핵심 특성입니다. 단순히 조용히 있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의 필요와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듣는 행동을 의미합니다.
구성원의 성장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가. 서번트 리더는 구성원에게 도전적 과제를 맡기면서도 실패에 대한 심리적 안전감을 제공합니다. “알아서 해”도 아니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도 아닌, “함께 방향을 잡고 당신이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태도입니다.
일관성 있는 기준을 유지하는가. 판단이 왔다갔다하는 리더에 대한 불만은 결국 예측 가능성의 부재에서 옵니다. 훌륭한 리더는 의사결정의 기준이 명확하고, 그 기준을 팀에 투명하게 공유합니다.
훌륭한 리더십은 재능이 아니라 선택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희망적인 연구 결과를 공유하겠습니다.
갤럽은 직원의 삶의 상태를 세 단계로 측정합니다. 현재 삶과 미래 전망 모두 긍정적인 “번영(Thriving)”, 둘 중 하나가 부정적인 “고군분투(Struggling)”, 둘 다 부정적인 “고통(Suffering)”입니다. 갤럽 데이터에 따르면, 관리자가 역할 중심의 교육(코칭 및 사람 관리 중심)을 받으면 번영 상태의 관리자 비율이 28%에서 34%로 상승합니다. 여기에 “직장에서 자신의 개발을 적극적으로 격려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그 비율은 50%까지 올라갑니다.
콜린스도 인정했습니다. 레벨 5 리더가 되는 “10단계 공식” 같은 것은 없다고요. 하지만 그는 대부분의 사람 안에 레벨 5의 씨앗이 잠재되어 있다고 보았습니다. 자기성찰, 의도적인 자기 개발, 좋은 멘토, 중요한 삶의 경험 등이 그 씨앗을 발아시키는 조건이라고 말입니다.
결국 훌륭한 리더십은 타고나는 카리스마가 아니라, 겸손과 의지의 의도적인 조합입니다. 모든 리더가 마이크로매니저인 것은 아닙니다. 다만, 훌륭한 리더는 겸손하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고, 지친 리더가 무너지는 모습은 너무 쉽게 눈에 띌 뿐입니다.
당신이 만약 리더의 위치에 있다면, 또는 언젠가 리더가 될 예정이라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첫걸음이 있습니다. 내일 팀원 한 명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는 것입니다. 연구가 증명하는 훌륭한 리더십은, 바로 그런 작은 선택의 축적입니다.




